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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생 부모 에세이] 오늘도 힘을 '내고' 있는 엄마들에게 (엄마의 '번아웃'을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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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생 학부모님들을 위한 부모 에세이 두 번째 주제는 엄마들의 직업병, '번아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육아와 가사, 직장까지 쉼 없이 달리다보면 급격하게 무기력해지고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이 오기 마련입니다. 오늘은 이러한 번아웃 증상과 극복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오늘도 힘을 ‘내고’ 있는 엄마들에게 


육아서마다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엄마에게는 ‘내 시간’이 꼭 필요하다. 내 시간을 확보하라.’

임신을 했을 때는 ‘내 시간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다고…’ 생각하며 흘려읽었는데 아이를 낳고나니 왜 유독 엄마에게 내 시간을 강조했는지를 알겠더군요. 그만큼 내 시간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루 24시간, 자면서도 엄마를 찾는 아이 앞에서 내 시간은 사치로 느껴집니다. 가끔은 큰 마음먹어봤지만 ‘아이를 누구에게 맡겨야 할까?’라는 현실적인 고민 앞에서, ‘내가 없는 동안 아이가 괜찮을까?’라는 감정적인 고민 앞에서 내 시간은 번번이 아이가 조금 더 자란 뒤로 미루곤 했습니다.




그 마음이 보였나봅니다. 첫째인 웅이가 첫 돌이 됐을 무렵 친정나들이를 갔을 때 친정엄마는 현관문에 들어서는 저에게서 웅이를 받아 안으시며 “내가 웅이 봐줄테니 너는 가서 사우나라도 하고 와라.” 신발도 못 벗게 하셨습니다. 한창 낯가림을 하던 때라 “웅이 울어. 내가 볼게. 사우나는 웅이 더 크고 해도 돼.” 손사래를 치니 그러시더군요.

“아이 키우면서 ‘더 크고’로 미루면 한도 끝도 없다. 엄마도 너희들 키울 때 ‘더 크면 친구들 만나야지’ ‘더 크면 내가 하고 싶은 거 해야지’ 했었는데 그러다보니 너희들 대학 갔더라.”

엄마의 과장 섞인 말에 피식 웃고 있으니 쐐기를 박으셨습니다.
“다녀와. 기계도 24시간 돌리면 고장나. 기계는 고장나면 새거 사면 되지, 엄마는 대체할 수도 없어. 너를 아끼면서 엄마노릇 해.”




#엄마의 직업병, ‘번아웃’을 막으려면

미국의 심리학자인 비올렌 게리토Violaine Gueritault는 ‘번아웃 증후군’을 연구하며 번아웃에 쉽게 빠지는 직군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직군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과중한 일과 △(상황, 사건, 일의 조건 등에 대한) 통제력의 부재 또는 제한된 통제력 △예측 불가능성 △수행한 일에 대한 보상이나 인정의 부재 △지원의 부재 △일에 부여하는 개인적 가치의 부재 △맡겨진 책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교육의 부재 등이었습니다.

게리토는 공통점을 보고 있으니 아이를 키우는 본인이 오버랩됐다고 합니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과 육아, 통제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아이, ‘수고했다’ 보다는 ‘엄마라면 당연히 그래야지’라는 사회분위기, 도움을 받고 싶어도 받을 곳 없는 상황 등 ‘엄마라는 직업’의 일상도 마찬가지였다는 거죠.

그는 엄마라는 직업이 번아웃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본인을 포함한 많은 엄마들이 번아웃에 빠져있음을 알게 됩니다. 안타까웠던 것은 이 사실을 주변 엄마들과 공유했을 때 ‘내가 번아웃이었구나’ 그제야 알아채더라는 겁니다. 대부분 ‘왜 이렇게 기운이 없지’ ‘왜 자꾸 축 처지지’ 느끼면서도 그저 다시 힘을 내려고 애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번아웃이면 힘을 내려고 해도 낼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는 엄마들에게 번아웃을 막기 위해서도, 번아웃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도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라는 겁니다. “죄책감을 느끼지 말고, 더 유용한 일에 투자할 수도 있는 시간을 허비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말입니다. 그의 말마따나 나 자신, 나의 에너지, 나의 사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좋은 엄마가 되는 지름길, ‘내 시간’ 챙기기 

‘나 자신이 아이보다 소중하다. 그러니 나를 챙겨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라도 나 자신을 챙기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나보다 아이를 우선하라고 말해왔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기에 내 컨디션, 내 기분에 상관없이 아이를 돌보는 것을 최우선순위에 뒀었습니다. 그렇게 아이 곁을 지키며 시간의 ‘양’을 확보했지만 함께 한 시간의 ‘질’을 돌이켜보면, 자신없습니다.

그러다 친정엄마께 등 떠밀리다시피 사우나에 갔던 날, 눈물 그렁그렁한 아이를 떼어놨다는 미안함에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사우나를 마치고 개운해진 몸과 마음으로 더 신나고 더 즐겁게 아이를 돌보는 저를 보며 아이와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모습으로 아이와 함께 하는가는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왜 엄마가 부득불 다녀오라고 한 지 알겠지?”라는 엄마께 멋쩍게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뒤로는 내 컨디션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려고 합니다. 힘을 내는 대신 힘이 나는 환경을 만들려고 합니다. 내가 언제 행복한지, 내 마음이 언제 편안한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내가 행복하면 아이에게도 행복한 기운이, 내가 우울하면 아이에게도 우울한 기운이 전해지니까요. 내가 지금 아이에게 어떤 기운을 전하고 있는지를 살핍니다. 아이에게 어떤 기운을 전하고 싶은지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글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 달콤한 커피를 마시며 쓰고 있습니다. 저를 충전하는 두 가지 방법이 커피와 글이거든요. 물론 집을 나설 땐 아이들에게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웅이, 결아! 엄마 더 좋은 엄마가 되어 돌아올게!” 이제 좋은 엄마 에너지가 충분히 충전됐으니 아이들 곁으로 달려갈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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