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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생 부모 에세이] "아이 스스로" 하게 해주세요. 육아에서 한 걸음 물러설 때 얻게 되는 것들

카카스토리 경로
윤선생 부모공감 에세이 네 번째 주제는 ‘육아에서 물러서면 얻게 되는 것들’입니다. 아이가 어려운 문제를 마주했을 때 답답하다는 이유로, 안쓰럽다는 이유로 아이의 일을 대신 해결해 준 경험이 있으시죠? 오늘의 에세이는 아이가 어려운 문제를 마주했을 때, 아이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도록 관여하지 않고 물러서는 자세에 대해서 담고 있습니다. 함께 알아보실까요?


육아에서 한 발 물러설 때 얻게 되는 것들


첫째인 웅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늘 저의 꽁무니만 따라다니던 아이가 “어린이집 가자~”고 하면 현관문에 앉아 스스로 신발을 신으려 했습니다. 내 손바닥보다 작은 발을 오른쪽 왼쪽 구분하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신발에 넣으려고 하는 게 귀여웠습니다. 동시에 안쓰러워 “엄마가 해줄게” 나섰습니다. “아냐! 내가!”라고 도움을 거절해도 “힘들잖아. 엄마가 금방 신겨줄게”라고 했습니다.

사실 어린이집에 보낸 뒤로 하원 시간에 마중을 나가면 어린이집 로비에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주저앉아 신발과 싸우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걸리던 참이었습니다. ‘선생님이 바쁘신가’ 싶어 둘러보면 옆에 쪼그리고 앉아 아이들을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어차피 옆에 계실 거면 아이들 좀 도와주시지’ 불만이 가득 찰 때쯤 알림장이 왔습니다.

“어머니, 어제는 웅이가 스스로 신발을 벗고 스스로 신었어요. 혼자 해보는 것이 처음이라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참 예뻤습니다. 웅이도 뿌듯했는지 신발을 신고는 저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다른 선생님들께도 자랑했어요. 칭찬 많이 해주시고 집에서도 혼자 해볼 수 있게 기다려주세요.” 

알림장을 읽으며 “힘들잖아. 엄마가 해줄게” 대신해주던 저와 옆에서 지켜보던 선생님이 오버랩됐습니다. 편하게 집을 나서던 아이와 뿌듯해 하이파이브하는 아이가 오버랩됐습니다. 그리고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아이의 행복을 바란다는 것

웅이를 임신했을 때 EBS <마더 쇼크>라는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한국 엄마와 미국 엄마의 반응 양식을 비교한 부분이 있었는데요. 연구진은 아이들에게 단어 퍼즐를 풀게 합니다. 단어 퍼즐은 난이도가 있습니다. 아이가 끙끙대자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도 불편해지는 게 보입니다. 프로그램을 보는 저도 어느새 “오른쪽에 맞추면 되는데...” “거기! 거기에 끼면 돼!” TV 속 아이에게 힌트를 줬으니 엄마들은 더 했겠죠. 실제로 대부분의 한국 엄마들은 힌트를 줬고 직접 맞춰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미국 엄마들은 달랐습니다. 묵묵히 지켜봤습니다. “어떻게 하는 거야?” 아이가 물으면 “글쎄” 즉답을 피하며 같이 고민하는 척 했습니다. 엄마가 모를 리 없습니다. 답을 꺼내보이지 않은 것 뿐이죠. 한 엄마는 아이가 많이 괴로워하자 자신의 입술을 깨물며 다른 곳을 바라봅니다.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을 스스로 꾹 참고 있었던 거죠. 미국 엄마와 아이를 보고 있으니 제 속이 더 답답합니다. “그냥 알려주지 왜 모른 척 할까?” 혼잣말을 하니 남편이 그러더군요. “아이가 해야 할 일이니까.”

“아이가 해야 할 일?”
“응. 저 퀴즈 푸는 거 아이가 할 일이잖아.”
“그런데 어려워하잖아.”
“어려워도 고민하고 이리저리하다보면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생각해 봐. 혼자 할 수 있는지 아닌지는 해봐야 아는 거야. 그런데 중간에 도와준다고 관여하면 혼자 해 볼 수 있을까?”

남편의 말은 혼자 할 수 있는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서라도 아이가 충분히 노력할 때까지 부모는 관여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뜻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부모가 관여를 하지 않을 때 끝까지 스스로 해 볼 기회를 갖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이겨내고 관여하지 않을 때 아이에게 진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미국 엄마들은 입술을 깨물며 모르는 척 했던 것이죠.

볼록 나온 배를 문지르며 “엄마아빠가 너 태어나면 충분히 기다리고 응원하는 부모가 될게” 다짐했었는데 막상 아이가 태어나고는 그 다짐을 잊었었습니다.





#대신 해주기 vs 해낼 수 있게 도와주기

어린이집에서 알림장을 받은 날, 임신 중 나눴던 남편과의 대화와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ies’이라는 개념이 떠올랐습니다.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ies’은 인지심리학에서 나온 개념으로 간단히 말하면 쉽게 배우면 쉽게 잊고, 어렵게 배우면 어렵게 잊는다는 겁니다. 가령 수업시간에 중요한 내용이 있다면 가급적 쉽게 설명하는 대신 일부러 어렵게 가르칠 때 학생들이 잘 기억한다는 겁니다. 쉽게 설명하면 그 순간 학생들은 이해한 것 같지만 뒤돌아서면 잊기 쉽습니다. 어렵게 설명하면 학생들은 집중하고 질문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배우는 순간은 힘들지만 오래 기억하지요.

육아에도 ‘바람직한 어려움’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그 어려움이 아이가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한 발 빠지는 겁니다. 부모가 한 발 빠질 때 아이는 자연스럽게 어려움에 한 발 다가서게 되니까요. 어려움을 마주한 아이는 스스로 해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노력해서 해냈을 때 더 큰 성취감을 느끼고 자아존중감도 발달합니다.





마냥 한 발 빠진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주저할 때는 누구나 처음은 어렵다고, 엄마도 처음엔 어려웠다고 알려주며 격려합니다. 한 번, 두 번 시도하고 실패하며 좌절할 때는 처음보다는 잘 했다고 작은 발전을 찾아내 칭찬하고 응원합니다. 아이가 끝까지 노력할 수 있게 지지합니다. ‘해낸 결과’가 아닌 ‘해내려는 마음과 과정’에 함께 하려고 합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쉽지는 않다는 것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나서서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순간 내가 나설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아이는 언젠가는 부모의 품을 떠나 홀로 세상에 나아가야 하니까요. 그렇다면 내 품에 있을 때 안전하게 홀로서는 연습을 하고 홀로서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저 역시 아이 대신 무얼 해주고 “엄마 고마워!”라는 인사를 받는 것보다 스스로 해낸 뒤 “엄마 내가 해냈어!” 짜릿해하는 아이에게 박수를 쳐줄 때 더 행복하니까요. 올 한해는 아이에게 박수쳐 줄 일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